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 맛이 깔끔하고 구수한데다가 지방산 대사에 작용하는 카테킨으로 몸까지 가벼워진다고 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차 이다. 그러나 늘 조심할게 많은 임산부들에게는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가야 할 먹거리이다. 임신 때 한약 먹어도 되나요 하고 걱정을 많이 한다. 임신 중에 먹어서는 안 되는 한약이 있고 먹어서 도움이 되는 한약이 있다. 그 중에 먹어서 안 되는 한약들이 바로 어혈을 풀고, 땀을 내고, 소변으로 빼는 한약들이다. 임신 중에 어혈을 푸는 약을 복용하면 태아가 위태로운 것은 당연지사이다. 태아는 처음에 작은 세포 덩어리, 핏덩어리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기에게 엄마의 기혈이 잘 모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 그것을 흩어버린다면, 정말 이것처럼 태아에게 위협적인 것은 없다.
땀을 내고 소변을 빼는 등의 작용은 엄마의 진액을 더 부족하게 한다. 안그래도 아기에게 혈(血)을 많이 빼앗기는데, 땀, 소변으로 일부러 진액을 빼내게 되면 엄마는 진액과 혈 부족으로 인한 양수부족이나 피부 건조증 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내열(內熱)이 생겨서 진액이 부족해진다. 양수가 터지거나 새는 것도 아닌데, 양수양이 부족한 산모들에게 산부인과 선생님들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은 '과로하셨어요?' 하는 말이다. 이렇듯 임산부에게 진액을 말리거나 소변 땀 등으로 빼내는 약재들은 쓰면 안 되는 것이고, 피로,스트레스로 인한 내열(內熱)로 진액이 마르지 않도록 충분히 쉬어주고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할 것이다.
그럼 17차를 살펴보자. 뽕잎, 홍화씨, 녹차, 산수유, 메밀, 둥굴레, 결명자, 구기자, 율무, 귤피, 영지, 치커리. 대맥, 상황, 옥수수, 현미, 차가. 이 중에서 홍화는 어혈을 풀어주는 작용을 하고, 옥수수 등은 이뇨작용이 강하고 율무는 습기를 말려주는 효능을 가진다.
이렇게 소량인데 이정도는 괜챦은거 아니냐고, 너무 민감한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임신 중에는 염색, 퍼머약이 호흡기로 들어가는 것도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까봐 하지 않는다. 염색, 퍼머약이 임신 중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연구되고 보고된 것이 아니지만 우리는 아이를 위해 최대한 신중하게 임신 기간을 보낸다. 냄새, 공기 중을 통해서 코 점막으로 들어가는 양이 많겠는가. 입으로 들어가서 소화 흡수되는 양이 많겠는가. 몰라서 마시는 것이지, 소량이니까 괜챦을거야 하고 시험 삼아 먹어보는 용감한(?) 엄마는 없을 것이다. 17차가 임산부에게 해롭다고 연구되고 보고된 것은 없다. 그러나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17차는 임산부가 충분히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다면 임산부에게 좋은 차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임신 초기에는 입덧이 있거나 할 때 생강차를 마시면 도움이 많이 되고, 피곤해서 감기에 걸렸을 때는 꿀물 한잔이 명약이다. 중,후기로 가면서 혈액량이 늘고 자궁이 혈관을 압박해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오를 때에는 자소엽차가 치밀어 오르는 기운을 내려준다. 자소엽은 깻잎 종류이기 때문에 아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고, 태기상역, 자번 이라고 해서 임신중의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등에 많이 쓰여지는 약재이다. 평생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고 가장 행복한 때라는 임신 기간이라고 한다. 또 아기에게는 평생의 건강이 결정되기도 하는 때이다. 하지만 음식에서 마음씀씀이까지, 너무 조심할게 많다고 엄살 섞인 푸념을 하는 임산부들, 하지만 그런 절제된 삶이 아기 뿐만 아니라 엄마도 더 건강하게 해 준다는 것.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