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점] 2009-01-05 | 조회수 : 22,630
물을 마시면 바로 소변이 나와요
과민성방광증후군을 가진 환자들 중에서 가끔 호소하는 증상이 물을 마시면 바로 소변이 나온다는 것이다. 현대 의학적으로는 흐르는 물 소리를 듣거나, 찬물이 몸에 닿을 때에 뇨의를 느끼는 것처럼 물을 마시면 바로 소변을 보고싶은 것을 정상적인 반응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소변을 참으라고 하는 것은 환자입장에서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있다. 음식을 먹으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게 되는 증상이다. 현대의학적으로 이것은 위장관반사로 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 역시도 한의학적으로는 비장과 신장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원인이나 기전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정상으로만 이야기하는 것은 이야기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참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을 마시면 바로 소변이 나오는 것을 한의학에서는 비장(脾臟)과 폐(肺)의 기운이 허해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우리 몸은 마신 것이 위(胃)에 들어가면 흡수되어 비장(脾臟)으로 가게 되고, 비장은 그 정미로운 기운을 흩어서 폐(肺)로 들어가게 하는데, 비장과 폐의 기운이 허해지게 되면 위(胃)에서 흡수한 것이 비장과 폐까지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물을 마시면 위(胃)에 들어갔다가 바로 배꼽 아래까지 내려가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곧 오줌을 누고 싶은 것이다. 또한, 비장(脾臟)과 폐(肺)는 우리 몸의 전체적인 기운을 담당하는 장부이다. 그래서 물을 마시면 바로 소변을 보고 싶은 증상이 있는 경우, 전체적인 기운이 약해진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비장(脾臟)은 소화기능을 담당하는 곳이고, 폐(肺)는 호흡기이다. 비장과 폐의 기운이 약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물을 마시면 바로 소변이 나오는 것이 비장과 폐의 기운이 약해진 것을 나타내는 징후인데, 이것을 단순히 정상적인 반응으로 보고 지나치면 비장과 폐의 기운은 더 약해지고, 병은 더 진행할 뿐이다.
흐르는 물 소리를 듣거나 찬 물이 몸에 닿을 때에 뇨의를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교감신경이 방광을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민성방광증후군 환자들의 경우 이 반응이 너무 갑자기, 절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참을 수가 없고, 소변을 보게 된다. 이는 방광이 약해서 교감신경의 자극에 너무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과민성방광증후군 치료의 기본은 방광을 튼튼하게 해서 교감신경의 자극에 방광이 영향을 덜 받도록 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과민성방광 증후군 중에서 물을 마시면 바로 소변이 나오는 증상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 비장과 폐의 기운도 허해진 것이어서 방광을 튼튼하게 할 뿐 아니라, 비장과 폐의 기운을 보충하여 전체적인 기운 또한 북돋워 주어야 한다.
우리 마음도 그렇다. 마음이 기쁘고 힘이 나면 외부의 스트레스에 대해 덜 민감해지는데, 마음이 힘들 때에는 외부의 스트레스에 대해 너무나 무력해지고, 작은 자극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기쁘고 힘이 나게 해 주는 말을 듣고, 그런 책을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과민성방광에 대한 한약치료도 이와 같다. 방광을 튼튼하게 해 주고, 비장과 폐의 기운을 보충해서 전체적인 기운도 북돋워서 자극에 대해 영향을 덜 받도록 해 준다.
물을 마시면 바로 소변이 나오는 것.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무조건 참자? 이것이 아니라 비장과 폐의 기운이 허해져서 생긴 것이므로 비장과 폐의 기운을 보충하는 적극적인 치료로 자신의 몸을 돌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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