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04-19 | 조회수 : 7,764
물 하루 2ℓ마시기, 정말 건강에 좋을까
“하루에 물 2ℓ 이상은 꼭 마시세요. 피부도 촉촉해지고, 장 운동을 촉진해 변비를 해소할 수 있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볼 수 있습니다”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이 듣는 말이다. 일명 ‘물 건강법’은 돈도 들지 않고 부작용도 없을 듯 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정말 하루종일 물컵을 들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다 좋을까.
먼저 우리 몸에 왜 물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우리 몸은 오장육부가 활동하고,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거나 세균에 감염되면 열이 발생한다. 공장에 비유한다면 기계를 돌려서 난 열을 식혀줘야 기계가 고장이 안나는 것처럼, 우리 몸도 열을 식혀줘야 하는데 그 때 필요한 것이 물이다. 이렇듯 물은 우리 몸 안에서 열을 식히고 몸을 차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체온이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오장육부가 같은 시간 활동을 해도 다른 사람보다 열이 더 많이 나기 마련이고, 그러면 그만큼 갈증도 많이 나고 물도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반대로 몸이 찬 사람들은 오장육부의 활동이 발생시키는 열이 상대적으로 적고, 따라서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즉 열이 많은 사람은 물을 많이 마셔야 하고, 몸이 찬 사람은 물을 보다 적게 마셔야 한다.
물을 많이 먹고 싶어도 많이 먹어서는 안되는 사람들도 있다. 몸이 지나치게 차가운 사람들은, 몸 안에 남아도는 물로 인해 '담음'이 비위에 머무르게 된다. 이 경우, 물을 많이 마시면 속이 미식거리고 구역질이 나는 '수역' 증상이 나타난다. 사상의학에서 소음인이 병에 걸렸을 때, 찬물을 먹어낼 수 있으면 병이 가벼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몸이 찬 사람이 지나치게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촉촉한 피부를 위해 물을 일부러 많이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물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피부가 촉촉해지지 않는다면? 별 효과 없이 화장실 가는 횟수만 늘었다면? 물과 피부의 문제는 정확하게 말하면 수분대사의 문제이다.
피부가 촉촉해지려면 우리 몸의 수분이 피부 표피층까지 잘 도달해야 한다. 수분이 표피층까지 잘 도달하려면 물론 수분대사가 활발해야 하는데, 수분대사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오히려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 보면 수분을 피부까지 잘 도달하게 하는 것은 비장(소화기)과 폐다. 비장은 몸에 흡수된 영양분을 소화, 순환, 대사 기능을 통해 몸 구석구석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리고 이 비장이 전달하는 영양분이 피부의 표피층까지 잘 도달되게 하는 것은 폐의 기능과 관련된 부분이다. 피부로 숨쉰다는 이야기가 있듯 폐와 피부는 밀접한 관계인데, 폐의 기운이 잘 소통되어야 피부 표피층까지 수분대사가 원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역으로 비장이 약할 때는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몸도 차가워지며, 폐가 약할 때는 폐의 찬 기운으로 인해 피부도 같이 긴장상태가 된다. 이처럼 물을 마셔서 피부를 촉촉하게 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을 마셔서가 아니라, 우리 몸의 수분대사에 관여하는 장부기능이 원활히 활동할 때 가능한 것이다.
다이어트 문제도 마찬가지다. 물을 마셔서 살을 뺀다는 것은 지방이 연소될 때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온 말인데, 몸에 기운이 없는 사람이나 비장의 기운이 약한 사람이 물을 많이 마시면 부종만 심해질 뿐이다. 극단적인 예로 산모들이 물을 많이 마시면 체지방이 잘 연소될까? 그렇지 않다. 부종만 더 심해질 뿐이다.
게다가 방광기능이 약한 사람이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더더욱 좋지 않다. 소화기관이 약한데 과식을 하면 소화기능이 손상되는 것처럼, 방광이 약한데 물을 많이 마시면 방광기능이 손상된다. 뿐만 아니라, 방광한수(膀胱寒水)라고 해서 방광은 우리 몸의 찬 기운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몸이 찬 사람이 물을 많이 마시면 몸은 더 차가워지게 되고 방광기능은 더 약해진다. 과민성 방광증후군을 치료할 때 음수량을 조절하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비가 있는 사람도 장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물을 많이 마시는데, 찬물을 많이 마시면 자극이 되어 순간적으로 대장활동이 활발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몸이 차갑고 기운이 약해 대장활동이 활발하지 않아 변비가 생긴 경우에는 몸이 더 차가워져 장기적으로는 변비가 더 심해진다.
몸에 필요한 물의 양을 지나치게 초과하여 많이 마시면, 몸 안에 남아도는 물이 담음, 습담이라는 병리적 산물을 발생시킨다. 쉽게 말하면 몸 안에 구름이나 습기가 가득 끼어있는 것이다. 이 담음은 우리 몸 여기저기에 질병을 발생시키는데, 위장으로 가면 소화장애나 위산과다로 인한 속쓰림, 구역감 등을 일으키고, 폐로 가면 가래나 콧물 등을 만들며, 머리로 가면 두통을 발생시키고, 관절로 가면 솜이 물에 젖는 것처럼 몸을 무겁게 하고 통증을 발생시킨다.
최근 한 언론은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신 후 독성이 생겨 목숨을 잃은 사례를 보도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한 여성이 2시간 동안 2리터의 물을 한꺼번에 마신 뒤 대뇌부종이라는 병명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대뇌부종은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실 때 대뇌에 액체가 고이면서 뇌가 부어오르는 질환이다. 대뇌부종 외에도 물을 한꺼번에 마시면 몸의 세포가 압력차이로 터지는 수분독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처럼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다 이로운 것이 아니다. 몸이 찬 사람, 기운이 없는사람,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이 물을 많이 마시면 위와 같은 부작용들이 초래된다. 우리의 몸은 물이 필요하면 갈증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건강을 위해 일부러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 혹은 물을 많이 마시고 있음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몸이 개운치 않다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 자신에게 알맞은 음수량을 측정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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